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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소사

인천사회복지 역사박물관 > 자료 > 금주의 소사

이번주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기적의 역사를 이루어낸, 위대한 사회복지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광명원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기관명 : 광명복지재단 ㅣ 년도 : 2015/03/10

광명원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 모른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시각장애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 그 정도로 우리 생활반경은 전혀 겹치지 않았다. 이게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특별한 경우는 아닐 것이다. 원치 않았지만, 우리는 격리되어 살아왔다. 그러니 서로에 대해 알 리가 없다.

 

어느 날, 우연히 본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취재를 가게 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안녕, 하세요>라는 다큐멘터리 속에 비친 하얀 지팡이를 짚지 않고 미소를 머금은 채로 때로는 걷고 때로는 뛰는 아이들의 모습은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깡그리 없애주었다.

 

내가 몰랐던 세계. 아직 많은 비장애인들이 모르고 있을 세계. 인천에 위치한 시각장애인거주시설인 광명원을 찾아가보았다.

 

Home, sweet home

 

이곳이 시각장애인들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한 건 이미 건물 진입로에서부터였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는 안전펜스가 쳐져있었고 점자블록이 줄지어 바닥에 깔려있고 그 길 끝에는 광명원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있다. 그리고 몇 발자국을 채 못 가 들려오는 낯선 소리.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끝이지 않는 그 소리는 유도벨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들어오실 때 소리가 났었죠?"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특징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박현숙 사무국장은 내게 편하게 인사를 건넸다.

 

광명원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는 입소시설이다. 현재 약 59명의 시각장애인들이 머무르고 있으며 생애전환기에 따라 아동, 청소년 그리고 성인으로 분류되어 그룹별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박현숙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아 건물 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근데 방 마다 운동기구가 있네요?"

"움직임이 적다보니 살이 찌기 쉽고 특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당뇨병이 걸릴 확률도 높아져 운동기구를 각 방마다 설치해 놨어요. 건물 안에는 체력단련실도 따로 있고요.“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이기에 그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구경하는 게 꼭 남의 집을 엿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보다 건물도 그렇고 방이 넓어요."

 

"시각장애인의 경우 눈이 잘 보이지 않기에 공간이 좁으면 오가다 부딪힐 수가 있어요. 그래서 다른 장애시설보다는 공간을 넓게 확보하는데 중점을 두죠."

 

넓은 창으로는 햇살이 들어오는데 그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햇빛을 볼 수는 없어도 따뜻한 햇살은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컴컴하게만 해놓는 건 좋지 않아요. 저희 시설에는 전맹(빛을 감지 할 수 없고 시력이 0인 상태)인 장애인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빛도 감지하고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분들도 계시다보니 채광에도 신경을 씁니다."

 

그렇게 건물 곳곳을 둘러보는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교복을 입은 두 여학생이 계단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팔짱을 끼며 인사를 건네고 수다를 떠는 모습이 그 나이 대 비장애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이미 지난 번 취재를 통해 시각장애인도 체육활동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특히 축구의 경우 제한 없이 온 몸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스포츠라 해방감이 크다고 했다. 광명원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주로 '골볼'이라고 소리가 나는 공을 상대팀 골대에 넣는 운동을 한다. 건물 안에는 골볼을 비롯한 각종 운동을 할 수 있는 실내체육관이 있다. 실제로 취재 당일 아이들은 그 곳에서 체육수업을 받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었다.

 

"저희가 작년에 '거침없이 하이킹'이라는 프로젝트를 후원받아서 진행했어요. 서울에서 춘천까지 자전거를 타고 23일 동안 총 150km를 달렸습니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참여대상자는 A4용지 한 장이 넘는 분량의 소감문을 써냈다. 여기 그 중의 일부를 소개한다.

 

"20143, 선생님으로부터 권유를 받아 '거침없이 하이킹'이라는 장애극복을 통한 사회진출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봉사자와 11로 협력하여 2인용 자전거를 타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중략) 우리는 4월 달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하였는데 약 4개월간 매주 수요일마다 연습을 진행하였다. 오랜 연습 끝에 10월 드디어 먼 길을 떠났다.

 

모두 자신의 한계를 넘어 끝까지 발을 떼지 않았다. 이번 완주를 통하여 내가 알게 된 것은 모두가 힘을 합치면 혼자 갈 때보다 속도는 더디지만 혼자 가는 사람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외에도 광명원의 시각장애인들은 영화 관람도 하고 춤도 배우면서 비장애인이 할 수 있는 활동은 거의 다 한다고 했다. 다만 오랜 시간 동안의 연습이 필요하고 만일에 대비해서 안전장치와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를 뿐이었다. 보이지 않아서 못 할 것이라는 것 위험하니까 안 된다는 것은 우리의 편견일 뿐이었다.

 

자립하는 삶과 나누는 삶을 위해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아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요리를 가르치고 직업교육을 중시한다. 이 모든 건 비장애인의 부모가 자식에게 가르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각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한정적이었다.

 

시각장애에 지적장애까지 가지고 있어 평생을 광명원에서만 사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자립하는 삶과 나누는 삶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가르치고 배우고 연습하고 함께 훈련한다고 했다. 도시락을 만들어 독거노인에게 배달을 하는 봉사활동도 한다. 비장애인들도 할 수 있지만 먹고살기 바빠 잊고 살던 나눔을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속이 뜨거워졌다.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다른

 

"그런데 시각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없으셔서 많이들 보실까요?"

 

박현숙 사무국장은 끝내 조심스러우면서도 걱정스러웠나 보다. 거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잘 모른다고 관심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대신에 시각장애인에 대해 알 수 있게 미디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해요."

 

한 가정의 자식으로 태어나 배우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시각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 같다. 하지만 모르기에 우리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이에 만들어진 그 간극을 채우는 것 그건 어쩌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이자 희망일지도 모른다.

 

2015310() 최하나 기자